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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 소송

TechDobi 2025. 4. 1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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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의 TC본더 특허 소송 현황과 의미

한국 반도체 장비 업계가 뜨거운 특허 분쟁으로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제조 장비를 둘러싸고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구 한화정밀기계) 간의 법적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이 소송의 배경과 현황, 그리고 산업적 의미를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분쟁의 중심에 선 TC본더 기술

TC본더(열압착본더)는 AI 반도체의 핵심 요소인 HBM을 제조하기 위한 필수적인 후공정 장비입니다. 이 장비는 D램을 수직으로 쌓은 후 접합(본딩)하는 공정에서 칩을 열로 압착해 붙이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현재 한미반도체는 TC본더 시장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 주요 메모리 제조사에 장비를 공급해왔습니다.

AI 기술의 급속한 확산으로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TC본더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한화세미텍이 TC본더 개발에 뛰어들어 SK하이닉스 납품을 추진하자, 한미반도체는 특허 침해를 주장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습니다.

특허 소송의 시작과 진행 상황

한미반도체는 2024년 12월 4일, 한화정밀기계(현 한화세미텍)가 자사의 TC본더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특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특허 침해 주장은 TC본더의 카메라 구조와 헤드 구조 등 주요 부품인 모듈 관련 2건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미반도체는 2017년 업계 최초로 개발한 2개 모듈·4개 본딩 헤드 방식이 한화세미텍 장비에 동일하게 적용됐고, 구조와 외관 등 설계가 유사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화세미텍은 "특허 침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자사의 TC본더는 독자 기술로 개발된 것이며, 30년 이상의 반도체 장비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확보한 정당한 기술력"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소송의 진행 과정에서 특이점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한화세미텍은 2025년 2월 9일 답변서를 제출했으나, 2월 23일 법원으로부터 내용이 부실하다는 이유로 보정권고를 받았습니다. 이후 한화세미텍은 답변서 보정 마감을 두 차례나 연장 신청했으며,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명확한 대응논리가 부재해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전의 전직금지 소송과의 연관성

이번 특허 소송 이전에도 양사 간에는 긴장 관계가 있었습니다. 한미반도체는 2021년 자사에서 TC본더와 플립칩 본더 등 핵심장비 연구개발 부서에서 근무하다 한화정밀기계로 이직한 직원 A씨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금지'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한미반도체는 "인공지능 반도체용 HBM 필수 공정 장비이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인 한미반도체 TC 본더의 핵심 기술을 담당하던 직원의 한화정밀기계 취업은 전직 금지는 물론이고, 영업비밀보호의무위반 등의 소지가 높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소송에서 한미반도체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승소했으며, 2024년 5월 수원고등법원은 A씨가 한화정밀기계에서 한미반도체 기술정보를 사용 및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다만, 법원은 '전직금지 가처분'은 인용하지 않고 정보 사용 및 공개 금지만을 명령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합니다.

산업적 의미와 파급효과

이번 소송은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을 넘어 AI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AI 밸류체인은 '엔비디아(AI칩)→TSMC(패키징)→SK하이닉스(HBM)→한미반도체·한화세미텍(TC본더)'로 이어지는데, 이 중 한 부분의 특허 분쟁이 전체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의 TC본더를 구매하여 HBM을 생산할 경우, 한미반도체가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면 SK하이닉스도 해당 장비를 이용한 제품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엔비디아의 AI칩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미반도체의 곽동신 회장은 "후발업체인 ASMPT, 한화세미텍과는 상당한 기술력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화세미텍도 결국에는 유야무야, 흐지부지하게 소량의 수주만 받아가는 형국이 될 것"이라고 경쟁사를 정면으로 겨냥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향후 전망

SK하이닉스가 2025년 4월 중순에 TC본더를 최대 50대(금액 1500억원) 발주할 계획이 있어,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중 어디에 발주가 이루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특허침해 소송 중인 장비를 구매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리스크와 신뢰도 하락 등을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화그룹은 소송 중에도 한화정밀기계를 한화세미텍으로 사명을 변경하며 반도체 장비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이 미래비전총괄로 합류해 TC본더 개발에 주력하고 있어, 이 분야에 그룹 차원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양사의 법적 공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 분쟁의 결과는 한국 반도체 장비 산업의 지형도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AI 시대의 핵심 기술을 둘러싼 이번 특허 전쟁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기술 경쟁력과 지식재산권 보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간의 TC본더 특허 소송은 단순한 기업 간 분쟁을 넘어, AI 시대 핵심 기술의 소유권과, 산업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 사례는 기술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에서 특허의 중요성과 기술 보호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두 기업 간의 법적 다툼이 어떤 결론에 이르게 될지, 그리고 이것이 한국 반도체 산업과 글로벌 AI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분쟁이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건전한 기술 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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